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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철밥통을 걷어차고 나온 이유 제5편
    경찰 2023. 10. 17. 22:45

    제 4편 먼저 보고오기

    5. 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 

    경찰관이라는 특수한 직업 때문에 잦은 야간·당직 근무는 그렇다 쳐도 제일 견디기 힘든 것은 매달 돌아오는 월급날이었다. 왜냐하면 월급날은 기뻐야 하는데 통장에서 잠깐 스쳐나가는 입·출금 알림 메시지 때문이었다.

     

    나는 불행히도 전국에서 1-2위 안에 드는 실적으로도, 승진 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맞았어도 결국 승진은 되지 않고, 연차만 채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동승진을 했다. 

     

    공무원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테크는 '승진'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월급이 더 많이 나오고 퇴직 개인 커리어 측면에서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고위 공무원은 몇 명이나 될까? 경찰만 보더라도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다. 그 밑으로 해봤자 10명 내외이고 이는 경찰 조직의 0.001%밖에 안되는 수치다. 생각해 보면 이 게임은 확률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난 이 정도의 확률이라면 평생 직업이 보장되는 사법시험 쪽이 더 가치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 또한 준비 도중 시험제도 자체가 로스쿨로 대체되는 바람에 더 이상 꿈꿀 수 없었다. (현재 경찰은 로스쿨을 졸업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그래서 다른 전문직을 찾았는데, 모두 고시 수준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의 교환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각종 전문직 시험들은 공통적으로 모두 영어성적을 요구했다.  어차피 다른 직업을 가지려고 시험을 보기 위해서도 그렇고 평소부터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갈망 때문에 2016년 마지막 승진 시험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떨어진 이후 필리핀으로 6개월간 어학연수를 떠났다. 

     

    이때가 경찰에 들어간 지가 꼬박 10년 차였다. 처음 며칠은 출근하지 않는 것이 마냥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6개월 동안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과 일이 있는데 왜 나는 이렇게 조그마한 나라에서 아등바등 살면서 괴로워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성인이 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경찰관으로 살면서 조직에 들어가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했다. 그냥 단순히 뭐든지 열심히만 하면 성공하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또한 “나는 어떤 이유로 경찰관이 되려고 했던 것일까?” 스스로 물었지만 대부분 철없고 단순한 이유뿐이었다. 이때부터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좀 허무하긴 하지만- 그런 것은 세상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직업이 있는데 그것들을 체험해 보지 않고는 그 일이 적성에 맞는지, 재능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명확했던 건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잘 먹고, 잘 자는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관은 거리가 멀었다.

     

     

    6편에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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