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가 철밥통을 걷어차고 나온 이유 제6편

준교수 2023. 10. 18. 22:17

제 5편 먼저 보고 오기

[2부] 실전

1. 퇴사 준비

원래 나의 꿈은 연금이 지급되는 20년 경찰 생활을 마치고, 필리핀으로 가서 스쿠버를 즐기며 인생을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를 위해 매달 임대 소득 200만 원과 연금 약 100만 원을 합쳐 도합 300만 원의 수익을 만드는 것이었다. 어학연수를 통해 필리핀 현지에 가보니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서 300만 원 정도면 호화롭게는 아니지만, 제법 살 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가정부를 고용하고 매주 스쿠버를 하며 살기에는 쉽지 않지만, 필리핀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육체노동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고, 비교적 삶을 여유 있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필리핀 어학연수 이후 운명의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서 인생의 모든 노선이 바뀌게 되었다. 안정된 결혼생활을 위해 대대적인 경제 점검에 들어갔다. 

 

재무 상태를 진단해 본 결과,

우리는 3채의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대출과 전세보증금 등을 제외하면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보유한 현금은 3천만 원뿐이었고 1억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었다. 대출이자를 갚고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수도권 일대에 아파트 하나 살 수 없는 현실이었다.

 

다행히 둘 다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어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하더라도 계산 상 죽기 전에 겨우 아파트한 채를 마련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당시 상태로는 도저히 희망이 없어 긴축정책에 들어가기로 했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직장인이 일부러 시간을 내기란 정말 어렵다. 따라서 시간을 만드는 방법은 여가시간을 쪼개거나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진짜 문제는 월급의 노예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삶이 문제였다. 나는 이를 끊어내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선택해야만 했다. 현재를 즐기며 순응하고 살 건지, 아니면 자유를 추구하며 나를 속박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날 것인지 말이다. 그중 제일 나를 옥죄고 있던 건 술과 담배였다. 그래서 그것을 버리는 선택을 했다. 대신 그 시간에 돈 버는 법을 공부하는데 투자했다. 무엇보다 술을 마시는데 들어가는 돈과 시간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술·담배를 끊게 만들었던 결정적 이유는 중독에 빠져있는 삶은 자유를 추구하는 나의 철학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퇴사를 준비하면서 조직에 있을 때는 신분과 월급이라는 안락한 울타리가 나를 지켜주었지만, 퇴직하고 치열한 경쟁 사회로 뛰어들었을 때 술 담배에 의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7편에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