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요즘 칼부림 사건에 대한 소회

준교수 2023. 8. 11. 00:13

Q. 요즘 칼부림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요즘 칼부림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인데요. 여기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실 칼부림 사건이든 강력 사건이든 경찰관의 시점으로 볼 때 범죄는 언제나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언론에 보도가 되냐 안되냐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요.

 

하지만 언론은 마치 경찰이 치안의 공백을 만들어 낸 것처럼 보도하여 시민들이 과민반응하게끔 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형사로 근무할 때 제일 경계하는 사람들이 바로 '기자들' 이였는데요. 특히 신입 기자들일 경우엔 더 그랬습니다.

 

경찰서 출입 기자들은 늘 특종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강력 범죄나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 그들의 실적이 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언론이라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기능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 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광고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광고를 할 때는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게 되어있지요. 그렇다 보니 완전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또한 언론사 내부에서도 모두가 경쟁 시스템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특종(ex. 칼부림 사건)을 얼마나 빠르게, 많이 보도하여 국민들이 한 명이라도 더 그 기사나 영상을 보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언론의 순기능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지만, 역기능은 자본주의 경쟁 체제 아래 어그로를 끌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일어나는 칼부림 사건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범죄율의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언론이 만들어 낸 하나의 특집 기사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칼부림 사건의 원인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리나라 경찰의 인력 부족과 입법의 미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경찰관의 숫자가 고작 14만 여명이기 때문입니다.

 

계산상 경찰관 1인당 담당해야 국민들의 숫자가 약 357명 정도나 됩니다. 일당백도 모자라 일당 삼백이 훌쩍 넘어가는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경찰이 슈퍼맨이 되거나 경찰 장비를 사용하는데 충분한 권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의 장비 사용 규칙은 굉장히 엄격합니다. 영화에서 보신 적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칼을 든 범인에게 총기를 사용하려면 3회 이상 투항 명령은 기본이고, 누군가 다치거나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총기를 사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물론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칼을 든 사람에게 총기를 사용하는 게 언뜻 과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무얼 하나요.

 

또한 그뿐만이 아닙니다. 범죄는 발생하고 나서 조치를 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예방의 방법이란 순찰과 ''불심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심검문은 그 대상자가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경찰은 수상한 사람이 보여도 그 사람이 범죄행위를 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불심검문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실상 요즘 시대는 거의 불심검문이라는 것을 길거리에서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아무런 죄를 짓지도 않는 사람에게 경찰이 다가가 검문을 하고 소지품을 뒤진다고 하면 엄연한 인권침해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합리적 의심이 되거나 국민이 납득할 만한 법 제도 개선되지 않는 한 여전히 경찰은 범죄 예방에 있어 허수아비일 뿐입니다.

 

물론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군경이 국민을 너무나 핍박했던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국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법이 강화된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무엇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는 정책이나 법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오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칼부림 사건은 요즘 시대에 특별히 일어나는 사건이 아닙니다. 경찰관의 관점으로 봤을 그냥 종종 있는 사건 하나이고 특별하지 않은 사건입니다. 하지만 어그로가 필요한 언론사들의 영향이 크다는 점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칼부림 사건의 본질적인 이유는 시대에 맞는 경찰장비 사용 규칙 불심검문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