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칼부림 사건에 대한 소회
Q. 요즘 칼부림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요즘 칼부림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인데요. 여기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실 칼부림 사건이든 강력 사건이든 경찰관의 시점으로 볼 때 범죄는 언제나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언론에 보도가 되냐 안되냐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요.
하지만 언론은 마치 경찰이 치안의 공백을 만들어 낸 것처럼 보도하여 시민들이 과민반응하게끔 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형사로 근무할 때 제일 경계하는 사람들이 바로 '기자들' 이였는데요. 특히 신입 기자들일 경우엔 더 그랬습니다.
경찰서 출입 기자들은 늘 특종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강력 범죄나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 그들의 실적이 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언론이라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기능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 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광고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광고를 할 때는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게 되어있지요. 그렇다 보니 완전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또한 언론사 내부에서도 모두가 경쟁 시스템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특종(ex. 칼부림 사건)을 얼마나 빠르게, 많이 보도하여 국민들이 한 명이라도 더 그 기사나 영상을 보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언론의 순기능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지만, 역기능은 자본주의 경쟁 체제 아래 어그로를 끌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일어나는 칼부림 사건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범죄율의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언론이 만들어 낸 하나의 특집 기사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칼부림 사건의 원인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리나라 경찰의 인력 부족과 입법의 미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경찰관의 숫자가 고작 14만 여명이기 때문입니다.
계산상 경찰관 1인당 담당해야 국민들의 숫자가 약 357명 정도나 됩니다. 일당백도 모자라 일당 삼백이 훌쩍 넘어가는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경찰이 슈퍼맨이 되거나 경찰 장비를 사용하는데 충분한 권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의 장비 사용 규칙은 굉장히 엄격합니다. 영화에서 보신 적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칼을 든 범인에게 총기를 사용하려면 3회 이상 투항 명령은 기본이고, 누군가 다치거나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총기를 사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물론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칼을 든 사람에게 총기를 사용하는 게 언뜻 과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무얼 하나요.
또한 그뿐만이 아닙니다. 범죄는 발생하고 나서 조치를 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예방의 방법이란 순찰과 ''불심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심검문은 그 대상자가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경찰은 수상한 사람이 보여도 그 사람이 범죄행위를 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불심검문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실상 요즘 시대는 거의 불심검문이라는 것을 길거리에서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아무런 죄를 짓지도 않는 사람에게 경찰이 다가가 검문을 하고 소지품을 뒤진다고 하면 엄연한 인권침해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합리적 의심이 되거나 국민이 납득할 만한 법 제도 개선되지 않는 한 여전히 경찰은 범죄 예방에 있어 허수아비일 뿐입니다.
물론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군경이 국민을 너무나 핍박했던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국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법이 강화된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무엇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는 정책이나 법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오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칼부림 사건은 요즘 시대에 특별히 일어나는 사건이 아닙니다. 경찰관의 관점으로 봤을 때 그냥 늘 종종 있는 사건 들 중 하나이고 특별하지 않은 사건입니다. 하지만 어그로가 필요한 언론사들의 영향이 크다는 점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칼부림 사건의 본질적인 이유는 시대에 맞는 경찰장비 사용 규칙 및 불심검문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