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건을 겪게 되는 이유 ep.7
지난 제6편에서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는 방법은 나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더불어 내가 저지른 실수를 다른 것으로 덮어 위장하지말고, 그 실수에 따른 불이익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실제로 제가 코칭 해드렸던 30대 초반의 한 남성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분의 죄명은 강제추행과 상해 그리고 재물손괴까지 포함된 사건이었습니다.
어느날 장문의 이메일이 왔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채팅 어플로 알게 된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던 중 저와 비슷한 업종에 종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급속도로 친밀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제가 일하는 계통에서 이미 수준급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하길래 그녀의 조언을 듣고자 주말 새벽 시간에 그 여성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찾아갔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채팅으로 만난 여성 A 이외에 B라는 여성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미 술을 한 잔 한 상태였고, 그곳에 있던 여성들 또한 이미 술을 마시고 있던 터라 자연스레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평소 술을 잘 못하고, 그 날은 일이 끝나고 유독 피곤한 상태였던터라 양주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 파출소 화장실에서 제가 바지를 벗고 있었고, 제가 대변을 보았는지 경찰관이 물로 저를 씻기고 있었습니다. 정말 충격적인 상황이라 경찰관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제가 피해 여성들에게 술을 마시던 중 귓속말을 하기 위해 여러번 터치했고, A라는 여성이 하지 말라고 하니 감정이 격해져 A라는 여성의 머리를 때리고 옷을 잡아당겨 셔츠가 벗겨져 가슴이 노출되게 하였고, 이를 말리는 B라는 여성 또한 폭행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현장의 흔적과 피해자들의 피해 흔적에 대한 증거 사진들이 모두 남아있던 상태였습니다. 어쨌든 파출소에서 정신을 차린 그날은 인적사항 등을 모두 남겨둔채 귀가를 하였습니다.
며쳘 뒤 경찰에서 전화가 왔는데, 별것 아니라고 하면서 빨리 조사를 받고 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찰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당시 이 메일을 받고 좀 심각한 상황인 터라 바로 오전에 바로 답장을 드리고, 그날 오후 전화를 드렸는데, 이 남성분은 그 사이 서초동에 있는 한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거금 1천 만원을 주고 이미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였습니다.
이 남성분의 말로는 변호사가 양형 조건에 있어 유리하게 받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처벌은 받지만 최소화 해주겠다는 말인데요. 과연 이러한 사건에 있어 처벌을 최소화 해주면 얼마나 해줄 수 있을까요?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하여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 남성이 과연 이 사건에 있어 무죄나 무혐의를 받아낼 가능성 있을까요?
제가 볼 땐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남성분은 성폭력 전과가 남게되면 본업에 있어 상당한 타격이 있기 때문에 간절한 마음으로 카드 대출 가지 받아가면서 변호사를 선임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사건이 카드 대출까지 받아 변호사를 선임했어야 할 만한 사건 이였을까요?
제가 볼 땐 변호사에게 줄 돈 천만원을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합의하는데 사용했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범행했다는 명확한 증거와 기록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만약 여러분들이 이런 상황의 피해자라면 이 남성분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용서를 구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자신은 죄가 없다며 변호사를 선임한다면, 원만히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변호사가 피해자들과 합의를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변호사들이 하는 일은 수사 절차상의 하자나, 피의자의 심신미약 상태(술에 취해 정신을 잃어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라고 주장하는 것이 전부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의로 심신미약 상태에 빠지는, 즉 술을 마시고 명정상태가 되는 범법자들의 경우 양형의 고려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여 양형조건을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변호사가 아직 선임계를 경찰서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였는데요.
남성분은 제 이야기를 듣고 다행히도 변호사 상당비용 약 120만원 정도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피해 여성 2명과 원만히 합의를 하였고, 결국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 여기서 만약, 변호사를 그대로 선임한 채로 사건을 진행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재판으로 끌고가서 무죄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기소유예가 될 수 있도록 검사에게 잘 어필 할 수 있었을까요?
과연 검사가 피해회복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피의자에게 변호사의 의견서나 피의자의 반성문만 보고 기소유예 처분을 해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성범죄와 관련된 것은 더욱이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변호사를 선임했어도, 합의금은 그대로 나가야만 했어야 하는 것이죠. 게다가 '기소유예'라는 결과가 나오면 또 성공보수금이라는 것도 지급해야 합니다. 아무리 법률 전문가라고 해도 양심이 있다면 이런 식의 사건 수임은 정말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사건의 내용을 들어보면 뻔히 합의를 해야 감형 받거나 기소유예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선임해야지만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처럼 하면서 고액의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성공보수금까지 요구하는 것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 법을 모르면 이렇게 수천만원을 까먹는 건, 정말 순식간이라는 사실을 잘 아서야 합니다. 나의 죄가 있다면 그것을 다른 것으로 덮으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사건을 빠르고 원만히 해결하고 싶다면, 내가 현재 어떤 상황 가운데 놓여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곧바로 피해자와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